오늘은 매수 버튼보다 메모장을 먼저 열었어요

사실 어제는 미국 반도체에 투자했다가 된통 당했어요. 순식간에 불어난 손실을 보며 속이 타들어 갔고 오늘 아침 장이 열리자마자 그 돈을 어떻게든 빨리 메꾸고 싶다는 조급함이 온몸을 휘감았어요.
마음이 급한 상태로 장을 보니 눈앞이 흐려졌어요. 잃은 돈을 메꾸려 무리하게 덤비다가 손실만 더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졌지요. 장중 화면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는지 몰라요. 숫자가 움직일 때마다 괜히 손이 가더라고요. 딱히 사기로 정한 종목도 없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어요.
오늘 가장 오래 지켜본 건 하이닉스였어요. 온종일 너무 사고 싶었지만 막상 사면 또 떨어질 것 같아 선뜻 손이 나가지 않더라고요. 다행히 오후 들어 밑에서 조금 담을 수 있었는데 막상 ‘종베(종가 베팅)‘를 하려니 어제의 기억 때문인지 너무 무서워졌어요. 결국 버티지 못하고 딱 하나만 남긴 채 모두 팔아버렸어요.
오늘 가장 흥미로웠던건 가격보다 제 반응이었어요. 조금 오르면 지금이라도 따라가야 하나 싶었고 내려오면 더 떨어질 것 같아 망설였어요. 같은 종목을 보면서도 몇 분 사이에 생각이 바뀌는 걸 보니, 판단보다 기분이 앞서고 있다는 게 선명했어요.
그래서 매수나 매도 쪽으로 급히 결론 내리지 않고 보유를 가정한 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어요. 만약 지금 들어간다면 어떤 이유를 적을 수 있을지만 메모장에 적어 내려갔어요.
- 가격이 움직였다는 것 말고 살 이유가 있는지
- 예상과 다를 때 기다릴 기준이 있는지
- 며칠 뒤에도 같은 판단을 할 수 있는지
세 문장을 적고 나니 손이 꽤 조용해졌어요. 돌아보니 마음이 너무 급했네요. 기회를 찾고 싶었던 게 아니라 손실에 대한 불안함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.
아쉬운 점도 있어요. 장을 보기 전에 관심 종목의 조건을 정하지 않았어요. 준비 없이 화면부터 켜니 움직이는 숫자가 곧 이유처럼 느껴졌어요. 싸 보인다는 인상과 실제로 살 만하다는 판단을 자꾸 섞었던 것도 오늘의 실수였고요.
내일은 화면을 열기 전에 먼저 두 가지를 적어 보려고 해요. 기다릴 가격이 아니라 기다릴 이유 그리고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할 조건이에요. 매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바로 행동하지 않고 한 번은 메모장을 거치려고 합니다.
오늘의 결론은, 조급함보다 기준을 먼저 적자는 거예요.